꿈바라기라는
저의 자작시집에 있는 글들입니다~~~
분 재
나도 모르게 태어나
서럽게 살고 있는
그런 나를
그는 바쁜 미소로
더는 알 수 없는
조그만 세계를 열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계절 없는 구석진 그늘에
고이 숨겨두고
가녀린 손과 발을
한 마디 마디
비틀고 자르고 구부리며
그는 웃는다
당신의 노고만큼 죄인이 되어
물 한 모금에 생명을 걸고
허기진 배를
철사 줄로 졸라매며
비명 속에 떨고 있는
날 보며 웃고 있는
그는 진정
차가운 고문기술자이다
바람이 불거나 말거나
달이야 뜨거나 말거나
문드러지는 내 육신에
너의 손길 따스해도
어느덧 소망이 잘리운 나는
나서기 부끄러운 어린 노인이다
꽃이 지면
내 친구
입술은 빨갛다
꽃처럼 예쁘다
천변 만변
소리 없이 하나 둘
수시로 피고 지는 꽃
방긋방긋 마다
풋풋한 향기
샤륵샤륵 흩날린다
잊혀질 듯 기다림
상상이락에
하루가 포근해지고
몽환의 꽃
설레어 가슴 열리면
나는 춤을 춘 다
좌변기
남자의 로망은
폭포처럼 소방호스처럼
힘차게 내뿜는
그 줄기에 있는데
층간소음과 청결을 바라는
마나님의 눈총에
쪼그리고 앉아
마나님을 닮아가고 있다
소나기
갑작스레
안색이 변한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가슴을 찌를 듯 번쩍이며
격노한 호통속에
줄기줄기 내려치는
하늘의 가르침에
그늘진 곳으로
숨어든 나는
무조건
용서를
빌어야만 했다
서낭당길
주책없이
대낮에 떠있는
반달의 배꼽이 보일 듯
너무도 조용한 한낮
호젓한 산모퉁이
서낭당 신령님은
이가 튼튼하신가
욕심이 없으신가
돌 하나에 소원하나
들어 주신다는데
경사집 빨래줄 같이
주렁주렁 매달린 소리에
가득쌓인 염원의 소리에
누가날 지켜보는 것 같아
도망치듯
돌 하나 던지고 말았다
찻 잔
첫날밤 같이
꼬옥 싸인 보자기속에
소중하게 숨어있는
정성스러운 손길
따뜻한 엄마의 가슴으로
가득히 담긴 사연
단비가 되어
모두에게 베풀어 주고
짙은 화장내음 따라
멀어져간 너의 모습은
맺어야할 얘기 이어주는
고운 숨결의 조율사
실금사이 얼룩진 입술에
수없이 포개어진 자욱은
알 수 없는 사람들
알 수 없는 인연들
명작(名作)
나는 아직
살아 있다
새 장
누가 저리도 가녀린 새에게
가슴을 내뱉는
노래를 하게 하는가
누가 저리도 귀여운 새를
울안에 가두워
나를 바라보게 하는가
언제부터
그렇게 시작 되었기에
그대의 노래소리
그대의 한숨소리
친구를 부르는가
나를 부르는가
계절이 오고 가고
다른 세상이 있건 없건
노래를 부를 수 있고
노래 소리로 들리는 것은
忍苦의 아픔이 갈무리된
恨의 소리이기 때문인가
온 동리 쉴 곳 없어도
순결한 너의 목소리는
포근한 예감을 안겨주는데
이제야 너에게
날개를 준다 해도
하늘 끝까지 갈수 없으니
네가 괴로워해야 함에도
차라리 내가
철창 안에 갇혀 버린 것은
감히 접할 수 없는
너의 無念을 알지 못함인가
어디인들 어떠하리요
가진 것 없어도
바랄 것 없는
여기가 樂土 인 것을
거 울
요람 에서부터
그렇게 가까이에 있어도
언제나 처음 본 사람처럼
내 앞에 서있는 그대는 누구인가
진정한 자기를 찾으려
짓눌린 허울을 열고
孤高한 모든 것을 내보이며
그대 앞에 서있는 나는 누구인가
오로지 자신에 충실해야하는
잡혀질 듯 아늑한 세계에
수선화의 전설이 되어
내 앞에 서있는 나는 또 누구인가
하루가 달라질수록
기대 속에 만나는
가장 익숙한 사이의 약속은
헤어질 수 없어요
나의 어머니
나귀 종소리 따라
열여섯살 큰댁 큰따님
영문 모르고 시집가던 날
엄마 얼굴 모르는 막내여동생
살 없는 언니가슴 잃어
장독 뒤에서 얼굴 부어오르고
홀 애비 아빠는 홧대 밑에서
애꿎은 장죽만 두드리는데
동네 아줌마들 경사 집에서
초상집마냥 울어주고 있다
시조부모부터 열세식구
앉을 자리없는 옴팡간에
숨죽이며 하루하루
말로만이 종가집 큰며느리
한많은 보리고개
풋보리 볶아서
하루 세끼 꽁보리밥
한여름 불볕아래
가도가도 끝이 없는 물뱀이 논
잡아 뜯어도 끝이 없는 텃밭에서
손발이 부르트고 숨이 막혀 올 때
에미없는 자식이라고 욕될 수 없는
회초리 같은 아버님 말씀
해마다 몇 번씩 치루는 큰잔치
종가집은 집안잔치 동네잔치 사돈잔치
잔치에는 가마니술 가마니밥
시조부모 시아버지 3년상
날마다 울다 지쳐도
어린 시동생 젖먹여서
시누이 시동생 시집장가 보내고
업은 애기 젖줄새 없이
허리띠 졸라매고
지게질 삽질
어느 남자가 당할소냐
아들딸 6남매 키우며
청춘은 그렇게 사라지고
전쟁 따라 갔다가
손님처럼 드나들던 남편이
객지생활 40년 만에
할아버지 되어 돌아왔어도
이제는 외로히
명절날이나 찾아오는
손주손녀 기다리시는 재미로
어느덧 고희에 다가선다
항상 저희 곁에 할 수 없는
안타까움 속에서
당신보다 더 젊으신 시어머니
어언 60년이나 모시고
종가집 전통을 이으시며
이 시대를 지켜온
종가집 며느리
우리 어머님
만 리 포
나절 가웃이나 더
시뻘겋게
달구워진 해를
한입에 삼켜버린
새침 떼기
하늘이
바래갈수록
왼갖 상념은 자욱히
온몸을 적셔 오는데
멀어져간 수평선과
이른 조명의 중간에서
내일을 위해
아무것도 필요없던
길어진 시간
씨암닭의
천리만리 고운품을
휘감아 안겨 오는
소낙비 사연들이
덧없는 발자욱이 되어
하얗게 이를갈며
달려드는 파도에
한웅큼씩 사라져 간다
갑자기
혼자이고 싶을때
찾아오는 만리포에는
포근하게 반겨주는
내음과 내음
소리와 소리
나는 또 하나의
바다가 된다.
滿點治安(만점치안)
지엄하신
파출소장님
책상 한가운데
파리 한 마리 앉아
수다를 떨고
용감한 다른 하나
소장님 이마에서
명상을 괴롭힌다
웬만해서
말이 없으신 분
진노하게 하여
요것을 그냥
저놈을 먼저
망설이다
파리는 날아가고
천정에
올라앉은 두 녀석
손가락질하며
파출소에 파리 날린다
조롱하고 있다
내일을 위해
유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여린 몸가짐으로
양치질도 하기전에
범죄와의 전쟁에 나섰고
신들린 망나니의 劍舞에
남들은 숨죽이고 있을때
군장을 풀새도 없이
소탕작전에 다시 나섰다
임무수행을 하다보면
장벽이나 장애물도 많은데
엄마 옆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
꼬마를 위해
인간이 있는 한 재우지 못할 범죄를
맨발로 쫓아야 한다
사람 아닌 사람을 사람이
전쟁을 수행하고
선량한 주민을 위하여
친절하게 봉사도 해야 한다
순간의 판단으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될
남은 뺨 없는 샌드백 이래도
돌을 던지기 위해서는
돌에 맞을 수 없기에
위선으로 봉사해서는 아니 된다
양같이 따스한 배우들이
몇 조각의 쇠붙이로 치장하였다고
그렇게 경직된 관객을 위해
우리는 진정 웃어야 한다
아니면 웃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서 달려야 한다
미루나무
갈 곳을 위해
머물 수 없는 개울가에
오직 하늘을 향한
가냘픈 해바라기
하늘이 뚫어지도록
송곳처럼 솟아올라
달마저 피해가는
무서운 쇳소리
어디를 꿰메려는가
까마득히 버티고 서서
바늘귀 같은 까치집에
구름을 걸쳐들고 있다
고공증 참새 한 마리
좁은 품에서 숨조이고
허기진 개미영감
더듬어 하늘을 향한다
하늘에 오르기 위한
외로운 바램
세상은 저만치 있고
어린 태양은 가슴에 있다
대머리 친구
요것이
산에서 왔는가
바다에서 왔는가
속 알머리 없는 사나이
요것이
거울인가
라이트인가
주변머리도 없는 사나이
남보다
있을 것이 없어도
흉이 되거나 넘보지 않으니
언제나 초연한 사나이
사나이 만이
요리둥글 저리번쩍
그래서 모두들
大 머리라 부르고 있나보다
하루살이
내 비록
하루를 산다 할지라도
어떻게 사는가 묻지 마세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은 하루이지만
나에게는 삶의 전부인 것을
그대를 위해서
사랑을 위해서라면
평생을 기다려온
소망이기에
어떻게 살 것인가 묻지 마세요
나를 바라지 않는
견딜 수 없는 유혹이래도
뜨거운 그대 가슴에
채워드릴 수 없는
念願이래도
어둠을 지키는 그대에게
모든 것을 바치오니
그대여
외로운 이 밤을 반겨주소서
그대 있음에
내가 죽어도
그대는 있음에
내 영혼은 그대를 위해
영원한 것
점심시간
마당가 땡감이 까닭없이 떨어지고
토방끝에 밀방석을 태울 듯
싸릿문 틈새로 햇살이 넘치는 한여름
시원한 잠벵이 베등거리 걸처입고
사랑방그늘 멍석에 누은 시아버지
빨랫줄 제비 한 쌍 단잠을 깨우고
드렁 접은 깔지게 바쳐놓은 서방님
소금에 쩔은 허리춤 추스르며
냉수에 간장을 탄 맨장국을 들이킬 때
시커먼 수건을 둘러쓰고 텃밭에서
참깨밭 매던 가냘푼 몸빼 며느리
시렁에 매달린 소쿠리 풋 삶은 깡보리로
열무김치 고추장에 식사를 올린다
시어른에 어려운 며느리
입은 듯 만 듯 홀적삼 시어머니
부뚜막에 걸터앉고
소반상머리 손주녀석
앞섶에 흘린 밥풀떼기
주어먹으라 이르는
할아버지 호통에도 건너편
하얀밥만 쳐다보고 있다
복달아난다 한마디 말없이
남은 알갱이 숭늉에 닦아먹고
웃어른 일어서시길 기다리는
한여름날의 진솔한 점심시간
바닷가에서
바람이 불고
바람이 불어
등까진 조가비
구슬피 흐느껴 울고
부표위 갈매기
어린애 소리로 보챌때
바닷물에 깊숙이
말목 잡혀 버린
어지러운 마음은
하얗게 부서지며
몸부림을 쳐봐도
닻줄에 목매인
조각배처럼
삐거덕 삐거덕
갈길을 잃었다
내삶의 아픔을
어디에 비교하고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다면
내가 여기에 왔음을
내가 여기에 있음을
누군가에게
감사해야 하는데
바다도 멀어지고
하늘마져 사라진
철지난 빈터에
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거 미
으스름하게
고요와 어둠이 머무는
좀 더 높은 곳엔
또 다른 무관심이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내가 미물이 된 듯
섬찍 겁이 나는데
시선마저 숨겨둔
미로 속에 남은 것은
실타래처럼
기나긴 기다림
삶은 오직
거기에 있었다
죽임을 기다리는
진한 유혹으로
낚 시
오직 한길
옹고집 햇살따라
인생을 소비하듯
가물가물 한줄기 끝에
시선을 모으고
눈앞의
먹이만 탐하다
목숨과 바꾸는
어리석음을
손끝으로 알고자
석양이
미끼를 물때까지
삶의 무게를
낚밥으로 던져
어디에도
가진 것이 없었다
나 는 나
나는 언제나 나는 나인데
내가 있는듯 내가 없는듯
내가 아닌듯 내가 나인듯
나는 누구고 나는 누군가
내가 있기에 내가 있는가
내가 없어도 나는 있는가
내가 있어도 나는 없는가
내가 있음에 내가 있음을
내가 있어도 내가 있기에
나는 모르다 나를 모르다
나를 알고자 나를 찾아도
나는 있어도 나는 없으니
나는 있는가 나도 없는가
나는 있음에 나를 몰라도
내가 없음에 나를 알아도
내가 있음에 내가 있기에
나를 찾아도 나를 잊어도
나는 나이고 나는 나이다
치성탑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픈
또 다른 내 모습이
요모양 요대로
비추어질 것처럼
티없이 맑은 하늘
한낮의 고요함이
오히려 겁이나는
산사의 갈래길 옆에
혹은 무너지고
발길에 채이도록
허름한 돌탑 무더기들
계절이 영글어 가는
잔잔한 바람에
돌하나 하나마다
숨겨진 사연들이
넘어질 듯 말 듯
행여 지켜보는 이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누구일지라도
그 앞에 서있음 하나로
소박한 소망은
이루워진 것이나
다름없는 것을
연약한 나신들의
바람과 버림 사이에
이름 없는 탑이 되어
언제부터인가
나의 두손마져
모으게 하고 있다
허풍과자
낚시바늘 같은 초생달이
산허리춤을 향한
거므스레 해떨어질 무렵
코흘리게 손주녀석
시장가신 할머니
마중을 간다
동네 아줌마들
어둠을 등지고 다가설때
할머니 손보따리는
손주녀석 차지
할머니 주신 선물
한 아름 안고
먹을수록 끝이 없는
손주녀석 작은 입엔
웃음가득
소리만 가득
밤이 새도록
어린 녀석 눈 가린
먹어도 먹어도
먹다가 굶어죽을
허풍과자
해바라기
선들 바람이
실뱀이 논자락
휘감아 올때
계절의 틈새에서
메말라 비틀어진
조각달을 보며
밤이 새도록
그리움에 얼굴만
누렇게 변해버린
꿈바라기
울타리 옆에
소박스레 피어나
하고푼말 간직한채
온몸으로 기다리며
바라보다 바라만보다
바라본만큼 닮아져버린
님바라기
구름을 미워하고
어둠을 미워하며
커다란 얼굴로
무거운 입으로
대답없는 홀로사랑에
새카맣게
가슴만 태워버린
해바라기
꽃지에서
유리 알갱이 백사장
여기 꽃지에 오시면
안면 육미(安眠六味) 곁들여진
아른아른 갯내음
아슬아슬 사라질 듯 섬 자락
국사봉 솔향에 취한 발자국
하나 둘 셋
여기 꽃지에 오시면
여기에서 다른 것을
얘기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손주 녀석처럼
그토록 보채는 바다를
할매 할배 앙가슴으로 감싸 안고
달래고 어우르며 지켜온
여기 꽃지엔
새로운 전설을 향해
바다는 바다가 되고
육지는 육지가 되어
아가다리 해당화 피고
꽃바람 절로 절로 불어오는 곳
무학대사마저 놀라버린
젖개 포구에 갈매기 날고
만선(滿船)에 깨어진 햇살 부스러기들
모랫결 따라
스멀스멀 기어오르면
누가 여기서 석양을 말하고
꽃지를 말할 수 있을까요
해가 뜨는 줄만 알고
해가 지는 의미를 모르는 몽매함으로
어찌 여기서 꽃지를 말하고
석양을 말할 수 있을까요
소리 없이 어둠이 옷깃을 적시고
안개꽃 같은 잔별들이
안면 팔경(安眠八景) 가득 피어나면
아침을 수태한 산모가
태교를 하는 곳
여기 꽃지에 오시면
순리를 거역하고 되돌아오는 듯
오늘도 어김없이
해가 지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꼬추
무딘 뒤바람을 타고
파란 함석지붕 위에서
빨갛게
가을이 익어갈 때
손주녀석을 닮은
빨간 꼬추 매다는
숯검정 할아버지
울타리 땡감이
얼굴 붉히며
엿보는 줄도 모른채
대문 앞에서
신바람이 났다
빨간 꼬추장에
빨간 꼬추로
깡쐬주를 들이키는
맵디매운
별난 독종 풋고추가
웅녀할매 가슴에 불지른
환웅 할배의 불씨가
오늘도 여기에서
우렁차게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옥수수
땡볕에 벌겋게
그슬려진 어머니
허리를 펴며 반겨주시던
텃밭 그 자리에
누군가 언뜻
지켜보고 있어
다가서 보면
줄깃줄깃 줄기를 씹어
단맛을 내던
기억이 새로운데
갈대도 아닌 것이
대나무도 아닌 것이
절개라도 있는양
스산스럽게 버티고
겹겹 포대기에 업힌
고만고만한 녀석들이
하얗게 웃어주고 있다
동창생
우리 만나자
이제 만나자
모두 만나자
삶의 앞에서
삶의 끝에서
우리가 살아왔던
뜨거웠던 사연들
가슴아픈 사연들
모두한번 풀어보자
우리가 동창생이었음 하나로
우리가 만날수있음 하나로
우리에겐 보람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진정
정성을 다했노라고
호회없이 살았노라고
당당하게
우리한번 만나보자
코스모스
감나무 끝에 맴돌던
넉넉한 계절이
꼬추잠자리 날개짓 사이로
살랑살랑 사라져가는데
무슨사연 있길래
옹기옹기 모여앉아
저토록 법석이고 있나
빨간 이야기
하얀 이야기
연분홍 사연
잔바람만 불어도
얼굴만큼
벌어진 입으로
경기장 같은
함성소리가 되어
소로길 가을은
놀래 숨어버렸다
눈 길
눈치 없이
눈이 오던 날
눈에
눈이 맞았는데
눈가림 속
눈웃음으로
눈을 돌려야 했다
눈에
눈이 맞아
눈물이 되니
눈물 인가
눈물 인가
눈물 속에
눈을 보며
눈물 한 방울 한 발짝
눈물 한 방울 한 발짝
눈에 선하게
눈에 어리는
눈바람
눈길을
눈물로 걸어간다
쥐구멍에 해가뜨면
절박한 심정으로
퀴퀴하고 칙칙한
쥐구멍엘 찾아갔더니
안방에는
엄마 아빠와 귀여운 녀석들
부엌에는 푸성귀대신
쏘시지와 식빵한조각
건너방에는
할아버지 손주녀석 마주앉아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
사람들은 우리집에
볕이들날 있다지만
우리집에 볕이든다면
그때 우리는
죽은거나 마찬가지란다
일락사
일락사를 아시나요
지네목을 휘감아 노리는
탱자성에 닭산을 돌아
어머니 가슴을 더듬어 오르듯
아늑한 숲길 들어서면
물소리 새소리 가득한
일락사를 아시나요
가야할 가야산줄기
알기도 쉬운 678미터
한자락 깔고 앉아
게을렀든 아침해가
저리도 머뭇거리며 사라지는
바다가 아름다워
마음을 비울 수 있는 곳
호통소리 들리듯한
사대천왕 없어도
고요함에 섬뜩한 입구를 지나
대웅전에 들어서면
세월의 흔적없는
파르란 여승의 머리엔
부처님 미소가 어리어지고
고요하게 울리는 예불소리
심장 소리같은 목탁소리
두 손 모으지 않아도
모든 것을 용서하신다는
부처님의 말씀들
한번 둘러본 것만으로도
우리의 번뇌는
사라져 버리나니
당신도
여기의 참관자가 되어
계절마다
다른 모습의 노을이
두손에 퍼올려질 듯
스물스물 기어오르는
쾌감을 느껴보세요
자신도 모르는사이
무아경에 들어설 것입니다
오늘이 즐거우면
내일도 즐거워지는 곳
어둠속에 오늘을 감추면
시작이 새로워 지는곳
그래서 일락사 랍니다
갈대
꽃잎이 내려도
흔들리지 않으려 했다
울지도 않으려 했다
그러나 바람은
나를 그냥 두지 않았다
제 갈 길로 저리들 바뿐
스산스런 벌판에
가슴이 사그라지도록
지쳐버린 육신만
인연의 끝에 매달린 채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으려 했다
소리 내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모두들
나를 그냥 두지 않았다
동반자
모든 것이
어떻게 이루워 졌는지
알수없이 지나버린
이틋날 아침
서먹한 분위기를
괴괴 스럽게 감싸고
얼이 빠진 나를
지긋이 내려다 보며
속삭이던 너의 모습
예전에 너는
어디로 가고
또다른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지
어느사이 자만에 차버려
당당해진 너를
전처럼 대하지 못하고
이토록 처참하게
이해 하여야 하는 것은
무심하게 넘길수 없는
하룻밤의 의미 이있던가
하필이면 당신이
나를위해서 인것처럼
어디에 있다 갑자기
내인생에 다가섰는지
알수는 없어도
바램보다
만남이 좌우하는
삶 이기에
하나가 되기위한
하나가 되어버린
혼돈 속에
조건없이 선택한
서로의 길은
더욱 소중한 것이되어
세월에 순종하고
변화에 순종하며
이렇게 살다보니
곰과여우 사이에
숨겨논 애인같은 녀석들이
반겨주는 보람속에
볼수록 새로워지는
여유와 정성을
따를길 없지만
있어만 주어도 바랄것없고
생각만 하여도 편안해지는
당신은
숙명의 자화상임을
이젠 알 것도 같다
당신을 만난 행운속에
어느덧 흰머리 헤어가며
몇겁을 다시 산다해도
가슴에 새겨 못다한말
여보 사랑해
대보름
꽁지가 잘려버린
가오리연 어깨넘어로
움츠려진 석양이 지고
봉수산 꼭대기엔
어제저녁
아홉끼 채워먹고
누렇게 부어오른
둥근달이 떠오르는데
윷판사이 말판사이로
풍물소리 어우러질때
큰불일수록 싸움에 이길수록
대풍이 찾아온다고
앞동리 사람
갑자기 원수가 되어
어둠의 틈새를
대나무 장대로 헤치며
논두렁 밭두렁 가로지르니
대보름날 보름달은
동리마다
수없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가마솥에 숨겨진
한사발 양심이 사라지고
쥐불깡통 돌지않으니
보름달은 찾아와도
대보름은 돌아올줄 모른다
버들강아지
실개천 휘감아 도는
찬바람이 저리도 매서운데
얼음골 골짜기 마다
하얀꽃이 피었다
강아지 강아지 버들강아지
강아지 강아지 복슬강아지
꼬마동생 앞서간
강아지 발자국 따라
봄날은 훨씬 다가섰지만
아직도 매서운 바람은
반달뱀이 가로질러
골짜기 마다 가득한데
털외투 둘러쓰고
몰래몰래
하얀꽃이 피었다
할미꽃
너무도 사랑했든
친구가 있어
한웅큼 진달래 사연으로
찾아갔더니
어느새 할미가 되어
눈물이 앞을 가리는데도
너는 다소곳이
반겨주고 있구나
너는 거기에 있어도
나는 여기에 있어도
우린 서로 알수 있는데
머리끝 흰머리에
한숨만 나누다
목이메여
돌아서고 말았다
바 보
바위 앞에서
바위가 되고자 했다
모래가 되고
흙이 될 때까지
그 앞에 서 있으려 했다
세상이 변하도록
비바람 몰아쳐도
하염없이
지켜보고만 있었다
산사에서
고요한 산사에
삶의 소리가 들려온다
새소리 바람소리
랩송처럼 어울어진
신의 소리가 들려온다
절로 절로 숙여지는
옹기종기 본당에서
고른음새 나무채로
세상의 연을 끊으려
반만년 두드려온 소리
반만년 이어진 소리
사바의 여독은
속세의 번뇌는
길다란 여운따라 사라지고
두드릴수록 엄숙해지고
들어볼수록 경건해지며
젖어들수록 잊혀만지는
무욕 속의 새로운 세계
참 깨
한물간 쓰름매미
바둥이는 소리따라
현기증이 나도록
밀잠자리 아우성인데
삶에 순종하며 살아오신
구리빛 할머니
주름진 손마디 끝에서
열려라 참깨
열려라 참깨
계절이 여물어 가는 소리
씨를 뿌린만큼
땀을 흘린만큼
거짓없이 돌려주는
축복받은 이땅에
달래고 어우를수록
깨가 쏟아지고
깨가 쏟아지는
한아름 한묶음
새카만 입술에
기꺼운 숨결로
행복을 토하는
한나절 한마당
멸 치
흐린 듯 붉으스레
갯내음 풍기는
조그만 바다엔
잔물결 넘실대고
해초 우거진 사이로
멸치 몇 마리 노닐고 있는데
작살 같은 젓가락으로
어부처럼 노련도 하게
눈에 보이자마자
잽싸게 잡아들고
히쭉 웃어주고 있다
전생엔 우린
무슨 인연이 있어
죽어서 까지
내게로
다시 와서 죽는거냐
너의 안쓰러움에
입맛쓰린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난(蘭)
계절마저
절제된 공간속
뿌리가 더 채워진
투박한 테두리
가끔씩
보듬지 않으면
금방 토라지는 마누라처럼
새파랗게
날이 선 잎줄기는
가난한 가슴을
찌를 듯 향하고 있는데
거기에서도 꽃이 피는
거기에서도 향기로운
아름다운 모순에 취해
난
나만을 위해
난을 지키는
잔인한 모습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감격의 소리
멀쩡하던 부인이
갑자기 배가 아푸대서 병원에 갔다
포동 포동하게 살이오른 둥그런 하얀배를
시퍼렇게 날이선 비수로 가르고 수술을 했다
고통에찬 흐느낌에도 무관심하게
나는 그냥 아무런 죄책감이나 감정없이
옆에 있어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새파란 입술 창백한 얼굴에
두손을 꼬옥 잡아주는 것만으로
나의 책임은 다한 것이다
그리고 온가족이 심각하게 둘러앉아
몇날을 기다려야 했다
남편 몰래 있는대로 찾아먹고
쓸데없는 곳을 잘라낸
궁상맞은 여자가 은밀하게 내지르는
감격의 그 소리를
숙부님의 장례식날
별이 총총이던 날씨가
하느님도 서글퍼 하심이었든가
새벽부터 갑자기 찌뿌리더니
기어히 한줄기 소나기가 되었다
눈물이 빗물이 견줄수 없는 슬픔 사이로
진하게 젖어드는데
출상때엔 해맑은 하늘이 되어
상여가는 법칙에 따라
왼쪽으로 돌지 않음이요
언덕을 넘지 않음이요
뒤로 가지 않음이요
밟은길 다시 밟지 않음이요
다른 마을에 들지 않음이요
되돌아 가지 않음으로
어쩔수 없이 큰댁 가까이 지나치시게 되니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으시는 아흔한살 할머니
둘째 아들 마지막 가는길 보려
먼발치 동동거리고 계셔
호상하든 식구들만 더욱 목메이고 말았다
꼬추잠자리
석양에 물든
잠자리 한 마리
삶에 아우성인
시장끝
리어카 위에서
가슴시리도록
처연한 여유로
열린 듯 닿힌 듯
포장마차 문틀사이
담배연기 감싸주는
내려진 어깨
반백의 촌로를
해삼 멍게 족발
가식없는
소주한잔의 진솔함을
들여다 본다
어디서
이런 세상을
찾아 왔을까
커다란 눈속엔
겁에찬 계절이
벌써 지나가고 있는데
추억을 위해
물장구 치고
버들피리 불던
개울가 잔디에 누워
하늘을 보면
물소리 새소리 사연들
뭉실 뭉실 구름위로
여울져 흐르고
누나가 두드리던
빨래 방망이 소리 따라
날찿든 추억들이
징검다리 건너 다가서면
세월에 뭍혀
변해버린 나만이
그 시절로 돌아가지 못한채
화선지에서 오선지에서
이리저리 헤메이다
나를 찿지 못한 추억을 위해
두눈 감으면
겹겹이 살아나는
한점 한점 모진 세월이
목말라 하는데
무엇이 날부르는 것 같아
벌떡 일어서 보니
어느새
버드나무 가지사이엔
잔별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비구니
먼발치 물소리 새소리
끊어질 듯 이어질 듯
목탁소리 가슴조이는
간결 스런 한낮
언제부터인가
하얀 옷 갈아입고
흐느껴 우는 촛불 앞에
목덜미 창백한
한 여자가 앉아있다
하늘이 미워질수록
햇볕을 보지 못해
저토록
창백하게 변했을 거다
속세의 인연이
시리도록 괴로워
저렇게 두 손 모았을 거다
두드리기에도 바빠
세상을 잊은 듯
외워 읊기에도 바빠
세상을 잊은 듯
향불마저 처연한
법당에 홀로앉아
세월을 쫓고 있다
월야(月夜)
밤의 목살을
물고 늘어지듯
멀리서 개 짖는 소리
섬찍스레 밤을 가르고
가끔씩 잔바람에
드드득 사사삭
대나무 잠꼬대 소리
마당 한가운데
맷돌로 눌려진
바지갯살 병아리 한 마리
어미 품에서 대낮인양
둘레 둘레
목을 내밀어 보지만
하늘이 조각나고
어슴츠레 달그림자
담장을 넘어들어
어미닭 가슴조이니
세상은
그렇게 넓지 않았다
그렇게 밝지도 않았다
시계점
흐른땀
또다시 말라가며
목을죄듯 숨막히는
깊은숲 갈래길
신기루 같은
친구가게 들어서면
택시미터기 소리에도
철렁이는 심장 약한사람
순간순간 가위질 난도질
가슴조이는데
예서제서 울어대는
심산유곡 새소리 뻐국이소리
경건한 마음에 종소리
하루가 익어가는
길고긴 소리와소리
그늘도 없는
빌딩숲 골목길
아무나 반겨주는
진실반 상술반
조그만 시계점
愛 犬
무조건 주인에 따르며
반겨주는 강아지들은
집에서도
밖에서도
천국이 되고 말았다
자기 부모를
강아지처럼 섬겼다면
효자비라도 서련만
강아지 같은 사람들이
강아지 만도 못한 사람들이
강아지 같이
강아지와 같이 살고 있다
그러는 나또한
무릎에 앉힌
미니핀을 사랑하고
한겨울에도
골목진 곳을
누구보다 사랑한다
작 약
화단 모퉁이
아지랑이 틈새로
싹수 노란 녀석들 사이에
시뻘건 녀석이
솟아 올랐다
다른 녀석과 달리
흉측스레
벌겋기만 하더니
장미도 아닌 것이
모란도 아닌 것이
연약한 줄기에서
탐스런 꽃이 피었다
바람개비 돌아가듯
기다림을 향해
소담스런 꽃이 피었다
몽산포에서
오고가는 사람
일없이
찾아 보자고
요리조리 도리도리
지나가는 사람
괜시리
찾아 보자고
요리조리 살금살금
그러다 갑자기
야릿야릿 넋을 잃을땐
구원의 소리
여보 정신차려요
어떤 자유
모랫결처럼
이리저리 휘날리다
소리없이 다가서는
별 부스러기 하얀눈
세상을 감춰버렸다
세상을 바꿔버렸다
욕망의 찌꺼기
탐욕의 배설물
모두 어디로 숨었나
달 끝에 매달린
한방울
계명성이 다하도록
나는 달리고 싶다
백지위에 휘저어
낙서하고 싶다
홀로 유색이 된
내 자신이 초라해진다
거추장스러워 진다
걸쳐진 누더기
벗어나고 싶다
세상이 어떻게 되든
내가 또 어떻게 되든
하늘이 벌인 일
하늘이 벌일 일
하늘이 알아서 하겠지
둥그스레
창문 열고 뛰쳐나온
월흔 속 새무리 어디로 가나
웅크러진 가슴으로
면화처럼
포근한 눈속에 안기어
꿈을 찾고 있다
잠을 찾고 있다
둥 지
백제가 살아난 듯
임존성 한자락 돌고돌아 찾아온 둥지엔
변함없이 오동나무 까치떼 반겨주건만
이른봄 두 어른 갑작스레 여의고 나니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부터
대대로 살아온 대종가 안마당엔
잡초 우거지고 처마마다 거미줄 서려
고양이 눈초리만 매서워졌다
어르신들의 손때가 살아 숨쉬는
툇마루 장독대 어느것 하나
나를 벅차게 하여
마당가 댓돌위에 앉으니
온 세상 노랗게 은행잎 휘날리고
그리움은 감나무 가지마다 매달려
노을에 젖은 나를 지켜보고 있다
둥지를 지키지 못하고 떠난
종손으로서의 감회는
문중 하나하나에 대한 기도가 되어
조용히 두손 모은다
정자나무
개나리 감자꽃 피고지는
논두렁 밭두렁
마을 한가운데
몇백년 어른이 되어
온동네 밝혀주는
정자나무 한그루
외로운날
괴로운날
나무에 올라
휘파람 불면
사랑하든 사람도
좋아하든 사람도
귀기울이며 찾아오던
우리만의 쉼터
지금도 정자나무는
우리가슴에
뿌리를 내리고
저리도 푸르건만
기다릴 사람없이
홀로 기대어
흰머리만
날리우고 있다
인 생
가야나 말아야나
가야나 말아야나
갈림길 서성이며
가야나 말아야나
가야나 말아야나
산마루 바라보며
가야나 말아야나
가야나 말아야나
가야나 말아야나
가야나 말아야나
아직도 여기에서
가야나 말아야나
가야나 말아야나
가야나 말아야나
망설이며 가는길
망설이다 간세월
눈이왔어요
눈이 왔어요
밤 사이에
하얀눈이 왔어요
가을내내 떨어진
낙엽위에도
누군가 버린
쓰레기 위에도
하얀눈이 왔어요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버렸어요
하얀 아침
새로운 세상을 보니
아무런 욕심 없는
깨끗한 마음
하얀 사람이 되었어요
삶
내가 있기에
세상이 존재한다
내가 죽으면
어제도 내일도
있을수 없다
내가 있으므로
모두가 존재하고
내가 죽으므로
모두가 사라진다
벚 꽃
화창한 봄날에
때아닌 눈보라가
하얗게 날린다
길다랗게 늘어진
나뭇가지 위에도
뜨락의 한 모퉁이 에도
수많은 사연이 되어
가득히 쌓여만 간다
따스한 봄날에
흰눈이 내려도
포근한 가슴에
흰눈이 내려도
녹을줄 모른채
인 간
일그러진 탈을 쓰고
퀴퀴한 누더기를 걸치고
발광하는 욕망과 동거하며
주름잡힌 역사를 잉태하는
세월의 찌꺼기
행복이란
우리모두 바보가 아닌이상
영화나 음악에 묻혀 버리거나
달거리 하는 여자에 감탄 하거나
대소변 못가리던 시절을 감추거나
뼈만 남은 묘지에 경건해 하거나
케묽은 인형에 두손 모을 정도로
숨겨진 또다른 진실에
속거나 얻을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 한 것이다
욕 심
내가 있으면
있는 것은 있고
내가 없으면
있는 것도 없다.
시장구경
세상을 알기 시작하든 어느날
왕골자리 하나 둘러맨
두루매기 할아버지 따라
거먹 고무신 씰룩이며
꼬불꼬불 이십리
시장구경 간다
무지개빛 세상입구엔
짐자전거 아저씨
지나가는 아지매 머리에서
쌀자루 콩자루
서로뺏어 흥정하고
염색집 아저씨 장대밑을 지나
유혹의 엿장수 곁을지나
괴물같은 녀석 대포소리에
혼쭐이 난다
할아버지가 사주신
십리사탕 하나물고
호박참외 하나들고
이약이나 쥐약
우시장 어시장
비릿내 난전 옷가게
제작거리 주막거리
대장간 솜틀집
한나절 돌고 돌아
방울소리 울리는
우마차 뒤편
온동네 장감 틈에서
세상을 본 만큼
잠이 들고 말았다
이 별
어느 진실속에
울고있는지 웃고있는지
차창에 비친
알 수 없는 표정을
흐릿하게 바라보며
내가 사랑하든 사람도
내곁을 떠날 수 있다는 슬픔에
내가 사랑하든 사람도
다른 사람을
사랑할수 있다는 슬픔에
내가 당신을 사랑 하는것보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것이
더욱 중요함을 이제 알면서도
그런 너를 미워하며
그래도 못잊는 것은
진정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병역의무
갈참의 날카로운 눈초리
고참의 송곳 같은 입
신참의 칼같이 날이선 손
언제나 냉담한 관계속에
앞치마 두르면 식순이가 되고
구두통 있으면 구두닭이가 되고
깡통만 있으면 거지가 되고
밥찌꺼기가 남으면 돼지가 되고
밤이 되면 올빼미가 되고
삽을 들면 선머슴이 되고
기어다닐땐 야생동물 같지만
선배들이 지켜준 나라
내가 지켜주는 나라
후배들이 지켜줄 나라
모두를 위해
헛될수 없는 신념이 있다
여관에서
때아닌 대낮에
까무러칠 듯 비명소리
술잔 부딪히는 소리
시끌법석 화투장이 돌아가고
샤워소리 어울어지는
벽하나 사이에
아는체 할 수 없는
별난 이웃들
죄인처럼
몰래왔다 몰래간다해도
문밖에 나서면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
우리 할머니
풋보리 볶아 감자몇개에
하루를 살던 그 시절
까실한 손끝으로 속치마 뒤적이며
경사집에서 숨겨온
절편하나 과자부스러기들
남몰래 쥐어주시던 할머니
열세살 나던해 종가집 큰며느리로
영문모르고 시집오신지
어느덧 90년인데
아직도 손주생각에 아들생각에
잠못 잔다는 말씀에
오히려 정겹고 귀엽다는 며느리들
항상 가까이 할 수 없는
안타까움 속에서
흐릿하게 알아보는 사람마다
이젠 죽어야지 죽어야지 하시지만
아니예요 할머니 오래 사셔야 해요
할머님의 건강을 빌고 있습니다
할머니 오래오래 사세요
미꾸라지
하늘이 무너지듯
함석지붕 날아가듯
장대비 지난 뒤
어디서 나타났는가
소룡(小龍) 한 마리
하늘에 오르다
여기로 왔나
정성이 부족해
길을 잃었나
낙숫물도 멈춰버린
안마당 한가운데
근심스레
나를
바라보고만 있다
여름이면
홰치는 닭소리에
설읽은 해가 튀어 오르고
선잠깬 할아버지
싸립문 열고 마른기침할 때
왼갖파리가 남몰래 쉬하고 간
새까만 천정위에
주근깨 너의 얼굴이 떠오른다
못자리꽃이 처녀가슴 훼집어 놓고
진달래 온산 불태울때
산모퉁이 개울에서
가재잡다 손가락 물린
그 친구는 어디에 살고
긴머리 나물 바구니에
자운영꽃 만발할 때
올챙이 잡다 거머리 물려
동네방네 난리피던
그꼬마 녀석은 어디로 갔을까
아카시아 향기가
온동네 잔치할 때
찔레꽃순 꺽어들고
호뜨기 불며 불며 악을쓰든
그 친구는 어디에 살고
툇마루 하얗게 송홧가루 날리울때
감꽃 실에꿰어 목에 걸기도 하며
보리집으로 앵두 얹혀불던
가슴패기 살없는 누나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
벌들이 꽃에 취한 한낮
뜰앞 석류가 하품을 할때
봉숭아꽃 물들이며 얼굴붉히던
소꼽친구 꼬마색시가
자꾸만 보고싶어진다
다랭이논 끝머리에
종달이 머리깃을 세우고
가슴늘어진 할매가 드렁콩 심을때
여름은 벌써 호박꽃에서 시작되고
그렇게 계절은 익어가나 보다
친 구
빛바랜 하늘에
거울같이 달이뜨면
동그란 달속에
동그렇게 어울리던
동그란 너의얼굴이
동그랗게 맴돈다
홀로앉은 술잔에
숨넘어 달이 차오르면
동그란 친구와
동그랗게 속삭이던
동그란 동산이
동그랗게 맴돈다
저달에 네가있고
저달이 여기있어
우리가 취하도록
온하늘을 마셔도
끝이없는 이갈증은
너를 잊을수 없음인가
사랑하는 내친구여
사랑하는 내친구여
이렇게 애가탈줄
그렇게 그리울줄
이제야 알았으리요마는
가슴에 맺혀오는
소중했던 내친구여
사랑했던 내친구여
정말 정말보고 싶다
연포에서
보람을 위해
벌겋게 충혈된
외눈이 감겨지고
헬 수 없는 이리떼들이
처절한 함성으로
이를 갈며 달려든다
피할 길 없이
허벅지 살을 물고 늘어진다
한점한점
하얗게 사라져간다
흔적없이
모랫결에 흐트려진다
내가
사라지는 쾌감에
내가 떨고 있다.
황 제
내앞에 모든 것이
내것으로 보인다
한잔술에
취해버린 녀석들
모두 머리를 숙였다
우리 술잔을 들자
그리고 마시자
이잔은 내잔이요
이술은 내술이다
괴로워도 한잔
즐거워도 한잔
이제부터 우리는
황제가 되는 것이다
거칠 것 없는 이세상
홀랑 벗고 뛰어보자
춤추고 노래 부르자
뒹굴고 울어도 보자
눈감은 세상
귀먹은 세상
두손 치켜 들고
잠든자를 깨워보자
이제부터 우리는
황제가 되는 것이다.
못잊어
빗속을 걸어보셨나요
우산없이
눈물을 흘려보셨나요
하염없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외면당하는 슬픔에
가시가 많아
잡을수 없는 서러움에
눈물을 흘려보셨나요
하염없이
빗속을 걸어보셨나요
정처없이
그래도 못잊어
그래도 아쉬워
다시 찾아가지는
않으셨었나요
사랑했음을
사랑했기에
도토리
어찌하여 저보고
그렇게 말씀 하시나요
세상이 싫어
산에 사는 저를 보고
자꾸만 그렇게 부르시나요
간지럽고 재채기 나오도록
자꾸만 그렇게 부르시나요
산에 뭍혀 살다보니
작다는 말은 이해하지만
그말은 알수 없네요
다시 큰소리로 불러주세요
저에게 들릴수 있도록
남들이 들을수 있도록
자화상
흐린 듯 오늘 날씨는
내 마음처럼 흔들리고 있다
누군가를 향해 소리치고 싶다
괜시리 팔을 걷고 덤비고 싶다
상대가 없다
그래서 날 욕하기로 했다
거울에 적어 봤다
사내 녀석이 쌍 커플에 주름까지
어머나 굉장히 많네
세월을 반추 하거나
세상을 관조 하거나
꿈을 꾸기에도 어색한
오학년 준 할배의 고독은
자꾸만 궁상스러워 지고 있다
복권
지금 나는
온몸이 떨리고 있다
하나라도
하나라도
복권 앞에서
환상에 빠진 것이다
욕심 앞에 고개 숙인 채
손쉬운 꿈에 기댄 채
한 장 또 한 장
성공 하면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지금 나는
온몸으로 떨고 있다
석문봉에서
그림자 사라진
석문봉에 앉아
무지개 피고지던
가야봉을 바라보면
내포와 서해가 어우러져
금북줄기 하늘을 향하고
불변의 인연을 위해
살금살금 새바람 반겨드니
앓던 이 빠지듯
갈 길이 보이고 있었다
세상이 열리고 있었다
꽃에게
한송이
꽃으로 되어
아름다우면 됐지
이름이 무슨 상관이더냐
살아 있음은
이렇게 위대한 것을
한송이
꽃이 되기위해
네 앞에 서기위해
꿈이 여문들 별거이더냐
살아 있음은
언제나 영광인 것을
낯선 세월
모진 세상
여기 마주 있으니
말이 필요 없는 거자나
너는 꽃이고
나는 방랑자 이니
아라메길
사랑채 툇마루에서
스산얘기 들어 보며
유기방 가옥을 지나
전라산의 전설을 듣고
쉰질바위에서
하늘 한번 쳐다보고
강뎅이 석불의 숨결 속에
쥐바위와 인바위를 지나
볼 때마다 다른 모습의
천 년 미소를 따라 웃다 보면
경이로운 행복에
헤어날 수 없으며
방선암에서 낭만을 논하고
자아와 무아를 만나며
보원사지를 건너
금북정맥 산줄기를 따르다
괜스레 기분 좋아지는
개심사에서 마음을 열면
해미읍성에서는
말달리던 이순신과
천주교 성지가
기다리고 있지요
산자락 골골마다
전설과 절경이 어우러진
아라메길에 서면
초롱한 꿈
연꽃 따라 피어나며
새로운 시작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황혼
누군가
노을 익어 갈 때
할말 있다고
문자라도
왔으면 좋겠다
아직은
보고 싶다고
술 한 잔 하자고
전화라도
왔으면 좋겠다
이렇게
온기 사라진
계절 끝자락에
거짓말도
기다려만 진다
겨울
하얗게
변해버린 하늘
하얗게
변해버린 산야
하얗게
비워놓은 육신
하얗게
비워놓은 침묵
하얗게
갈구하는 자유
하얗게
시작되는 희망
알사탕
보일 듯 말 듯
은은하게 어울어지는
수줍은 나삼자락
숨죽여 옷고름 잡으면
살며시 손 끝에 다가서는
동그란 설레임
어스레 눈 감으니
첫사랑 앵두
달콤한 숨결로
사르르 입안에 머문다
대간정맥(1+9)과 7대기맥 종주기
1. 서론
삶의 대상이나 보람을 찾을 곳이 이것만은 아니겠지만
어차피 인간이
이세상 전부를 이해하거나 바라보기엔 너무도 큰 세상이기에
하늘의 뜻과 경이로운 자연에 왜소해지는 내 자신을 추스르면서도
한 남자가 이 세상에 태어나 세상 한번 제대로 살았다고
한 남자가 뜻을 세우고
그 목적을 위해 세상 한번 멋지게 살았다고
이렇게 가슴을 내밀며 자부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내 자신을 시험하기 위한
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오로지 산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던
가장 순수하고 충실했던 저의 삶이었고 진실 이었습니다
2. 백두대간
한반도를 동·서로 크게 갈라놓은 산줄기로서 쉽게 이야기하자면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물을 건너지 않고 골간을 이루며 하나로 이어진
산줄기를 말하며 산행인 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이상이 되고 있음
(2001.9.9일 대간을 마무리하고 석문봉에 기념돌탑을 쌓음)
3. 정맥이란
대간과 정맥의 근간이 되는 산경표 에는 1대간 1정간 13정맥이 있는데
13개 정맥 중 남한에 있는 9개 정맥은 아래와 같다
0. 낙남정맥 :
지리산 영신봉에서 김해의 신어산까지
낙동강의 남쪽 수계를 가르는 약 226km의 산줄기
0. 한북정맥 :
휴전선 부근 수피령에서 한강의 장명산 까지
임진강 남쪽 한강의 북쪽 수계를 가르는 산줄기
0. 낙동정맥 :
백두대간의 천의봉에서 부산의 몰운대 까지
낙동강의 동쪽 수계를 가르는 산줄기
0. 한남금북정맥 :
한강 남쪽 금강 북쪽 산줄기로
속리산에서 칠장산까지 약148km
0. 한남정맥 :
한강 남쪽 산줄기로
칠장산에서 수원 광교산 김포 문수산까지 이어짐
0. 금북정맥 :
금강 북쪽 산줄기로
칠장산에서 가야산 태안 안흥진까지의 이어짐
0. 금남호남정맥 :
금강 남쪽 섬진강 북쪽 산줄기로
영취산에서 마이산까지 약64km 거리임
0. 금남정맥 :
전라북도 진안의 주화산 에서 북서로 뻗어 대둔산 계룡산에 이르고,
계룡산에서 다시 서쪽으로 부여의 부소산 조룡대에 이르는 산줄기
0. 호남정맥 :
섬진강의 외곽 산줄기로
마이산에서 광양 백운산까지 약400km 거리임
### 대간과 정맥의 총괄
명 칭 | 종 주 기 간 | 횟 수 (구간) | 종 주 거 리 | 비고 |
대간과 정맥 (1+9) | 2000.7.16~ 2007.6.16
약 6년 11월 | 133 구간 | 약 2,700 km | 백두대간은 해미산악회 구가다등 3명 정맥은 대충산사회원과 산호자등 |
4. 기맥이란
백두대간이나 정맥에서 분기되는 100km 이상 산줄기와
예외적으로 100km가 안되어 줄기는 짧고 세의 흐름은 약하지만
지역적 특색을 가지고 있는 중요한 산줄기를 말합니다
0. 한강기맥
한강기맥은 백두대간의 오대산 두로봉에서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수리까지 약 160여 km의 산줄기이다.
0. 땅끝기맥
땅끝기맥은 호남정맥 깃대봉과 삼계봉 사이의 434봉(일명 노적봉 또는 바람봉)에서
분기를 하여 해남의 땅끝마을까지 이어지는 산줄기이다
0. 진양기맥
진양기맥은 백두대간 남덕유산에서 분기하여 남강 유역인 진양호에서
그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약 157km 산줄기이다.
0. 금북기맥
금북기맥은 금북정맥 백월산에서 분기하여 성태산, 천덕산, 봉림산 등을 거쳐
장항을 향하여 남진하는 산줄기이다
0. 오두기맥
오두기맥은 한강봉과 챌봉의 중간지점에서 분기하여 오두산(119)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져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에서 맥을 다하고 있다
0. 금남기맥
금남기맥은 진안과 전주사이의 모래재고개위 조약봉(주줄산또는주화산)에서
서진하여 미륵산을 지나 장계산에서 서해바다로 잠기는 산줄기
0. 영산기맥
영산기맥은 내장산의 새재 부근에서 시작하여 목포 유달산을 넘어
목포 앞 바닷가인 다순금 마을에서 서해바다로 맥을 다하는 산줄기
### 7대 기맥 총괄
명칭 | 종주기간 | 횟수 (구간) | 종주 거리 | 비고 |
7대 기맥 | 2008.11.14~ 2011.11.6 (약 만 3년) | 40 구간 | 약 806km | 대충산사(다음카페)의 허허자(천안),산꾼(홍성) |
5. 산 행 총 괄
명칭 | 종주기간 | 횟수 (구간) | 종주 거리 | 비 고 |
백두대간과 9정맥(1+9) 그리고 7대 기맥 | 약(12년) 만 10년 | 173 구간 | 약 3506 km |
|
이로서 약 12년에 걸친
백두대간과 9정맥 그리고 7대 기맥 등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지금은 산줄기를 향한 산꾼이 많이 늘어나고 산행로가 잘 정비 되어있지만
대간정맥기맥 거의 모두가 개척 산행 이었기에 표현 못할 고행길 이었으며
지도 한쪽으로 치우친 서산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으로 접근성이 떨어져
교통비등 경비 지출이 많았고
저의 하는 일이 다른 직종에 비해 유달리 회사업무가
복잡다양하고 돌발변수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년가를 내야하고
또한 그런 시간이 아까워 연속종주 하려니 그것이 부담이였읍니다
속세에서는 채울 수 없는 삶의 갈증으로 인해
모질게 내 자신을 학대하며 얻어지는 비정상적 쾌락의 끝에서도
내가 살아야 함이 절실하도록
인내와 고통 속에 바라보든 산과 산이 아닌 세상
그렇게 잊혀 버린 듯 그 시간은
내 삶을 되돌아보고 재조명 하는
새로운 탄생을 위한 계기가 되었다 할 것입니다
현실과 열망의 조화 속에서
삶은 그렇게 한번
살아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할 것입니다
이젠 신체 과사용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상사와 내 주변에 집착 하면서
관내를 지나는 금북정맥만이라도 아름답게 관리하고
서산태안의 산줄기와 서산시계종주등을 서서히 재 답사 하면서
늑대와 천사의 절묘한 환상적 커플답게
산행을 위한 가식스런 이맘을 아는 척 모르는 척
그토록 희생으로 이해 해준 마나님에게 가족에게
그동안 못 다한 사랑 그리고 충성 하고자 하며
즐겨하는 자작시 다시 한 번 올려 봅니다
산에서
산이 있어
산에 올라
산을 보니
산 위에 산이고
산 넘어 산이다
산 밑에선
산을 보았는데
산 위에 올라
산에 갇혀 버렸다
산 위에 오르면
산에서 버릴 것이 있던가
산에서 바랠 것이 있던가
산에선 오직 무념의 세계
산에선 오직 무욕의 세계
산에 있는 산을 찾아
산이 있으면 산에 오르는
산 이 이기에
산에 오르고 산에 오르다
산 에서 산에서
산이 되고자 한다.
한 조각 한 조각
눈에 보이는 만큼의 삶에도
언제나 만족하고 사랑하는.......................................
서산의 갈수록 괜차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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